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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이 시추? 강철 멘탈 시추!


글. 윤정임 국장 

동물보호소 시추들. 눈치 없고 머리 나쁘다고 오해 받는 시추. 

다른 종의 개들보다 욕심과 시샘이 적어 먼저 나서지 않을 뿐 호기심 많고 눈치도 백단이다. 


동물보호 활동가가 되기 전 우리 가족이 처음 키운 반려견은 순백의 철부지라 불리는 몰티즈였다. 아름다운 외모에 활발하고 생기가 넘쳤던 철이. 철이는 싫은 것에 대한 표현이 확실해 우리 가족을 돌아가면서 물었지만, 그냥 ‘허허’ 웃고 넘어갈 만큼 밀당을 잘하는 영악한 녀석이었다. 그때 반려견을 보는 나의 기준은 몰티즈와 몰티즈가 아닌 개로 나누어 졌다.


2004년 동물보호 활동가가 되고 얼마 후 동물자유연대는 80여 마리의 시추를 구조했다. 시추들의 주인은 번식업자였다. 분양하고 남은 시추들을 모두 키우다가 점점 수가 늘어 개들을 방치했다. 시추들의 상태는 참혹했다. 털이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뭉쳐 있었다. 털이 항문을 막아 변이 배출되지 않아 항문 주위가 심하게 곪은 개들도 다수였다. 안구 상태는 더 최악이었다. 80마리 중 눈이 성한 개들이 드물었다.


설상가상 시추들이 보호소에 입소한 직후 전염성이 강한 호흡기성 질병인 켄넬코프가 발병했다. 예방접종이 안 되어 면역이 약했던 시추들은 정말 한 마리도 빠짐없이 켄넬코프에 감염되었다. 켄넬코프는 콧물, 기침, 호흡곤란, 안구 결막염을 일으킨다. 제때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중증의 폐렴으로 진행해 생명에 치명적이다. 

2015년 '애니멀호더(집착적으로 동물을 수집하는 사람)'에게서 42마리의 시추를 구조했다.

구조된 개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모낭충염이 심각했다. 

딱딱하게 변한 피부 표피를 긁어내고 피부 속에서 죽은 모낭충을 짜내는 아픈 치료에도

잘 견뎌줬던 참을성 강한 시추들이었다. 


상태가 심각한 시추들은 동물병원에 입원시켰다. 남은 시추들의 치료를 위해 먹는 약과 안약, 콧물과 가래를 배출시키는 네블라이저 사용이 하루 3회 이상 처방되었다. 켄넬코프가 절정기에 달한 2~3주간 온종일 전투를 치렀다. 출근하자마자 50마리 이상 약을 먹이고 안약을 넣었다. 한 마리 씩 차례대로 코에 깔때기를 끼우고 네블라이저에서 나오는 수증기를 맡게 했다. 수가 많아 종일 네블라이저를 돌려도 시간이 모자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몰티즈와 다르게 납작한 얼굴에 왕방울 같은 눈, 킁킁거리는 답답한 콧소리와 둔해 보이던 몸집의 시추들은 어느새 내 마음 깊숙이 박혔다. 고마움 가득 담긴 눈은 눈부시게 반짝였고 어기적거리며 걸어와 살포시 안기는 수줍음이 너무 예뻤다.


2004년, 동물보호소에 고기 캔이 귀하던 시절이었다. 억지로 입 벌려 쓴 약 털어 넣어도 손가락 한 번 물린 적 없었다. 차가운 네블라이저 수증기가 얼굴을 향해 뿜어져 나와도 반항하지 않고 잘 참았다. 나중에 알았다. 이 녀석들이 시추가 아니었다면 약 먹이던 내 손가락은 남아 나지 않았으리란 걸.

시추는 가장 많이 키우고 많이 버려지는 견종이다.  

몸값이 싸 열악한 환경의 번식장에서 마구잡이로 번식된다. 


동물보호소엔 유난히 시추가 많다. 2004년에도, 지금도 많이 키우기 때문에 많이 버려진다. 그리고 여전히 ‘시추’는 ‘머리 나쁘고 둔한 개’라고 한다. 시추는 머리 나쁜 개가 아니다. 배려하고 양보하는 성격이 미련해 보이고 보채고 투정하는 것이 덜해 둔해 보일 뿐 심성이 곱고 착한 개다.


최근 흥행한 영화 ‘신과 함께’에서 이생을 착하게 살아 환생할 확률이 높은 사람을 ‘귀인’이라 했다. 만약 ‘귀견’이 있다면 시추들이 가장 많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다만 다음 생에는 개로 환생하지 말고 영화 속 대사처럼 “코스피 10위권 안쪽 재벌 2세로. 한국은 그거 아니면 저승보다 더 지옥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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